스트레스가 세포 서서히 죽인다
-
- 작성자
- 연수구보건소
- 작성일
- 2004년 12월 22일
- 조회수
- 3870
-
- 첨부파일
-
소화가 잘 안 되고 괜히 불안하며 심장 박동도 빨라진다. 스트레스를
받으면 나타나는 증상이다. 특히 만성적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떨어
뜨리고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결과는 많았다. 하지만 스트레스가 구체
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내막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. 최근 이
런 내막이 세포 차원에서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. 스트레스를 오래
받으면 세포가 더 빨리 늙고 심지어 죽어 나간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
지고 있기 때문이다.》
● 세포가 늙는다 속상해서 늙는다, 늙어.” 가끔 어머니들이 자식에
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말이다. 미국과학학술원회보(PNAS) 7일자
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말은 사실이다.
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엘리사 에펠 박사팀은 지
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일수록 세포 내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짧
다는 점을 밝혀냈다.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세포가 분열함
에 따라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그 길이가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
알려 준다. 결국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이 세포 차원에서 더 늙는
다는 의미다.
심한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(노란색)의
길이가 더 짧아진다. 이는 세포 차원에서 더 늙게 된다는 뜻이다. 사
진제공 미국 캘리포니아대
연구팀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여성 39명과 건강한 자녀
를 둔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
를 하고 혈액 샘플에서 얻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분석했다. 스트레스
를 많이 받는 어머니가 그렇지 않은 어머니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
가 훨씬 짧게 나타났다.
에펠 박사는 “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람의 세포가 평균 9∼17년
더 늙은 셈”이라고 추정했다.
● 산화 스트레스가 연결고리?
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는 “에펠 박사팀의 연구는 심리적 스
트레스와 세포 수준에서의 노화를 연결시켰다는 점이 독창적”이라고
밝혔다. 그렇다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어떻게 텔로미어를 더 짧게 만드
는 것일까.
과학자들은 체내의 활성산소가 세포에 ‘산화 스트레스’를 가하기 때
문이라고 설명한다. 활성산소는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와 달리 불안정
하고 산화력이 강하다.
뇌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스트레스
호르몬이 발생하고, 이 호르몬이 장기간 활성화될 때 산화 스트레스
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었다. 결국 이번 연구를 통해 심리적
스트레스가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것이 세포를 늙게 한다고 연
결지을 수 있다.
● 뇌세포가 죽는다
정신적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받으면 세포, 특히 뇌 신경세포는 구조
가 약화되고 심한 경우 죽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.
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록펠러대의 브루스 맥웬 교수팀이 1999년 신경
과학전문지 ‘애뉴얼 리뷰 뉴로사이언스’에 발표한 내용. 연구팀은
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은 쥐가 학습 및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관
찰하고 이 쥐의 뇌를 단면으로 잘라 신경세포를 살펴봤다. 그러자 기
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신경세포에서 뻗어 나온 가지의 수가 줄
어 신경세포끼리의 연결 강도가 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.
과학기술부 ‘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프론티어 사업단’
의 김경진 단장은 “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신경세포끼리 의사소통
이 잘 되지 않아 결국 기억력이 떨어진다”며 “심한 스트레스가 지속
되면 신경세포가 죽기도 한다”고 밝혔다